국회가 자사주 의무 소각을 골자로 한 상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면서 '코리아 프리미엄 K-자본시장 특별위원회'의 후속 입법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사진은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코리아 프리미엄 K-자본시장특별위원회 위원장이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스1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골자로 한 상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되면서 더불어민주당 '코리아 프리미엄 K-자본시장 특별위원회'이 주도하는 증시 활성화 관련 후속 입법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K-자본시장 특위는 주가 누르기 방지, 중복상장 방지, 의무공개매수제도 강화 등 자본시장 개혁을 연쇄 추진해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와 시장 신뢰 회복에 속도를 낸다는 구상이다.
국회는 25일 오후 4시쯤 전날 상정된 자사주 의무 소각 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범여권 주도의 종결 표결로 중단시키고, 법안을 즉시 표결에 부쳐 재석 176명 중 찬성 175명(기권 1명)으로 가결했다. 이에 따라 법안은 이재명 대통령이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공포하면 즉시 시행된다.

법안은 상장사가 취득한 자기주식을 1년 이내에 소각하도록 의무화해 자사주가 대주주의 지배력 확대 수단으로 악용되는 것을 막고 주주가치를 제고하는 데 방점을 두고 있다. 이미 보유 중인 자사주는 법 시행일로부터 6개월이 경과한 날을 기준일로 삼아 그로부터 1년 이내에 소각해야 하며, 외국인 투자 지분 제한 기업의 경우 3년 내 처분하도록 했다.


민주당은 자사주 소각으로 발행주식 수가 감소하면 주당순이익(EPS)이 상승해 실질적인 주주가치가 제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기업의 총이익 규모가 동일하더라도 분모인 주식 수가 줄어들면 주당 가치가 높아지는 구조를 통해 고질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고 자본시장의 선진화를 도모하겠다는 취지다.

자사주 의무 소각 법안이 본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K-자본시장 특위의 추가 입법도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특위는 지난 3일 코스피5000특별위원회에서 명칭을 변경한 뒤 첫 회의를 열고 ▲주가 누르기 방지 ▲중복상장 방지(자본시장법 개정) ▲의무공개매수제도 강화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 강화 ▲스튜어드십 코드 강화 등 추가 자본시장 개혁 과제를 발표하며 단기 부양을 넘어 10년 이상 지속 가능한 정책 일관성 확보를 강조했다.

자본시장 개혁을 강조해 온 정부 역시 추가 개혁을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기업들도 대다수 수용하고 국민과 주주도 환영하는 개혁입법을 왜 밤까지 새며 극한 반대하는지 나름의 사정이 있겠지만 쉽게 납득되지는 않는다"며 "주가 누르기 방지법 등 해야 할 일이 산더미"라고 밝혔다.


사진은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32회 국회(임시회) 제8차 본회의에서 상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이 가결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특히 특위가 추진 중인 추가 입법 가운데 주가 누르기 방지법은 이 대통령이 공감대를 표한 만큼 본격 추진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오기형 특위 위원장은 "상속·증여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의도적으로 주가를 낮추는 행위가 적절한지에 대한 문제 제기가 대선 과정부터 이어져 왔다"며 "이소영 의원(더불어민주당·경기 의왕시과천시)이 대표 발의한 법안을 중심으로 공감대가 형성됐고 대통령도 적극 검토 입장을 보였다"고 말했다.
이 의원의 법안은 상장주식의 평가가액이 순자산가치의 80%(PBR 0.8) 미만일 경우 비상장주식처럼 자산가치와 수익가치를 반영해 평가가액을 산정하고 하한선을 순자산가치의 80%로 설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상장사의 상속세가 시가 기준으로 부과되면서 대주주가 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의도적으로 주가를 낮게 유지한다는 비판에 따른 것이다.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 중복 상장 문제에 대해서도 이 대통령이 엄격한 기준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어 자본시장법 개정 논의가 이어질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22일 민주당 특위와의 오찬에서 LS 사례를 언급하며 중복 상장 문제를 지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의무공개매수제도 강화도 추진된다. 앞서 국회 정무위원회에서는 이정문 의원과 김현정 의원 등이 '100% 의무공개매수제'를 골자로 한 법안을 발의했다. 인수합병(M&A) 과정에서 25% 이상 지분을 취득할 경우 잔여 지분 전량을 매수하도록 해 일반주주 권익을 보호하겠다는 취지다.

특위는 '연성 규범' 보완을 통한 자본시장 개혁도 병행할 방침이다. 어떤 행위가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 위반에 해당하는지를 제시하는 권고적 성격의 기준을 마련하는 것인데 이는 법무부에서 준비 중이다. 이르면 2월 중 합병·분할 등 주주 보호가 쟁점이 되는 상황에서 이사의 행동 기준을 제시해 사후 분쟁의 기준점으로 삼겠다는 방침이다.

또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이행 강화를 위한 법 개정도 추진된다. 기관투자자가 기업 의사결정에 적극 관여하도록 유도해 주주 간 이해상충을 완화하려는 취지다. 민간 자산운용사 선정 시 스튜어드십 코드 준수 여부 반영 비중을 확대하고 금융당국에 이행 점검 권한을 부여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자사주 의무 소각 법안이 통과된 이날 오전 코스피는 사상 최초로 6000선을 돌파, 마감했다. 민주당은 코스피 7000~8000 시대를 목표로 추가 개혁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특위 회의에서 "코리아 리스크와 코리아 디스카운트 시대를 넘어 코리아 프리미엄 시대를 열어야 한다"며 "현재 주가순자산비율(PBR)이 선진국 평균의 절반 수준인 만큼 OECD 평균만 도달해도 코스피 6000~7000 시대는 결코 꿈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