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대미투자특별법 처리를 위한 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안건을 상정하고 있는 김상훈 위원장. /사진=뉴스
국회에서 약 한 달간 공회전하던 대미투자특별법 논의가 급물살을 타면서 여야가 오는 12일 본회의에서 법안을 처리키로 합의했다.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원내운영수석부대표는 4일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유상범 국민의힘 원내운영수석부대표와 회동한 뒤 "국민의힘 측으로부터 대미투자특별법과 관련해 오는 9일까지 사전 합의대로 법안 심사를 마무리하고 처리하겠다는 뜻을 들었다"고 밝혔다.

이어 "예정대로 진행된다면 늦어도 오는 12일 국회 본회의에 법안이 상정돼 처리될 것"이라며 "국민의힘이 여러 사정에도 불구하고 특별법 처리 일정에 적극 합의해준 데 대해 감사하다"고 말했다.


유상범 원내수석도 "미국과 이란 간 전쟁으로 국제 정세가 요동치면서 미국 입장에서는 대미투자특별법이 예정대로 처리되길 기대하는 것으로 안다"고 합의 배경을 설명했다.

대미투자특별법은 지난해 11월14일 한미 관세 협상 결과에 대한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가 최종 확정되면서 후속 조치를 지원하기 위해 같은 달 26일 여당 주도로 국회에서 발의됐다.

해당 법안은 미국에 관세 인하 조건으로 제시한 3500억 달러 가운데 2000억 달러는 첨단 산업에 전략 투자하고, 1500억 달러는 한미 조선 협력 분야에 투자하도록 명시했다. 또 투자금을 관리하는 '한미전략투자공사'를 신설하는 내용도 담겼다.


특별법은 발의됐지만 논의는 사실상 이뤄지지 않았다. 국민의힘은 국회 비준동의 필요성을 주장했고, 더불어민주당은 해외에 전례가 없다며 반발했다.

그러나 지난 1월26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회의 대미투자특별법 처리 지연을 이유로 한국산 제품 관세를 기존 15%에서 25%로 인상할 수 있다고 압박하자 여야가 협상에 나섰다.

지난달 4일 여야는 대미투자특별법을 처리할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오는 9일까지 법안을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특위 구성을 마치고 논의를 이어갔지만 여당의 사법개혁 3법 강행 처리 여파로 특위는 파행을 거듭했다.

약 한 달간 여야 갈등으로 멈췄던 대미투자특위 논의는 활동 종료를 5일 앞두고 속도를 냈다. 대미투자특위는 이날 오전 10시 전체회의를 열고 대미투자 관련 특별법안 9건을 상정한 뒤 법안심사소위원회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의결에 앞서 여야 위원들은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과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에게 우려 사항을 전달했다.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경남 진주시을)은 구 장관을 향해 "3500억 달러는 500조 원이 넘는 돈인데, 지금 대미특위에서 논의하는 내용이 국부 유출이나 다름없다"며 "이란 사태로 환율이 계속 오르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도 재원 마련에 문제가 없느냐"고 물었다.

이에 구 부총리는 "재원 마련은 기본적으로 외환보유액 운용 수익을 활용한다는 구상"이라며 "4000억 달러가 넘는 운용 수익을 활용해 투자를 추진하겠다"고 답했다.

강 의원은 또 미국 투자 결정 구조에 대해서도 질의했다. 그는 "현재 MOU(양해각서)에 따르면 미국 측 인사로 구성된 투자위원회가 투자 여부를 결정하고, 최종 승인 권한은 상무장관을 거쳐 트럼프 대통령이 행사한다"며 "우리 정부는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투자협의위원회 위원으로 참석하는 것에 그친다"고 지적했다.

구 부총리는 이에 대해 "투자 결정 과정에서 소외되는 것은 아니다. 위원회에 참석해 의견을 개진하도록 돼 있다"고 설명했다. 또 대미투자가 손해라는 지적에는 "투자 조건으로 관세가 낮아지는 효과를 얻었다"며 "의지를 갖고 사업을 잘 선정한다면 또다른 형태의 이익도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구 부총리는 일각에서 대미투자에 따른 외화 부족으로 원/달러 환율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해외에서 달러화 채권을 발행해 국내 외환시장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태호 대미투자특별법 처리를 위한 특별위원회 법안소위원장은 4일 오후 소위원회를 열고 법안 심의를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