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펠러 6개 달린 드론이 키오스크 지붕 위에 살포시 앉았다. 다리로 붙들고 온 박스를 내려 놓곤 말벌 소리를 내며 하늘로 솓구쳤다. 키오스크 아래로 이동한 박스를 꺼냈다. 그 속에 안전하게 담겨 온 햄버거와 콜라를 손에 쥐었다. 지난 주말 중국에서 처음 경험한, 말로만 듣던 드론 배달이다.
드론은 1분에 한 대꼴로 선전시 런차이(人材) 공원 내 키오스크를 오갔다. 한국의 '배민'에 해당하는 중국 '메이투안' 앱으로 햄버거·치킨·커피·차 등을 주문할 수 있다. 배달료는 11위안(2400원). 메이투안 직원에 따르면 선전의 이런 배달 포인트가 약 100개다. 대부분 공원ㆍ광장과 지하철역 주변에 있다. 외지인들은 드론 착·이륙 광경을 목이 아프게 올려다 보는데, 산책 나온 현지인들은 눈길도 주지 않고 지나친다. 이 도시에 드론 배달이 생긴 게 3년 전이다.
중국 선전시에서 배달업체가 운영 중인 드론 배송. 키오스크 지붕에 착륙해 물건이 든 박스를 내려놓고 돌아간다./사진=이상언 제도혁신연구소장
홍콩 친구 아들 결혼식에 갔다가 이웃 선전에 들렀다. 도시 건설이 한창이던 2000년에 셀 수 없이 늘어선 건설 크레인을 보고 놀랐던 곳이다. 지금은 중국의 실리콘 밸리라 불리는 '기술 굴기'의 상징이자 화웨이·텐센트·ㆍ 비야디(BYD)·다쟝(DJI)의 고향이다. 변화를 눈으로 보고 싶었다.
공원에서 차로 10분쯤 걸리는 곳에 있는 DJI 드론 전시장으로 갔다. 광장 복판의 4층 건물이 젊은이들로 붐볐다. 영상 촬영용이 인기였다. 한켠에는 농업·소방에 쓰이는 대형 드론이 즐비했다. 70% 넘게 세계 드론 시장을 점유한 DJI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더욱 유명해졌다. 우크라이나 청년들이 이 회사 드론에 폭탄을 매달아 러시아 전차로 날렸다.

난생처음 기사 없는 택시도 타봤다. 서울 강남 일대에 자율주행 택시가 운행되지만 운전석에 사람이 있다. 선전 무인 택시는 운전석이 빈 진짜 자율이다. 복잡한 난산구 도로를 편안하게 달렸다. 첫 경험이라 살짝 긴장했는데, 이내 익숙해졌다. 차로 변경, 좌·우 회전, 정차가 어지간한 사람 운전보다 매끄러웠다. 일반 택시보다 쾌적했고, 운임도 약간 쌌다.

'Inno100'이라는 아이디어 상품 판매점 계산대는 로봇이 지키고 있었다. 길거리 상점, 호텔 로비 등에서 커피 만드는 로봇을 봤다. 로봇 백화점 '6S 스토어'에선 축구하는 로봇, 피아노 치는 로봇을 구경했다. 개 형상의 로봇은 얼굴 모니터에 하트 문양을 연신 띄우고 엉덩이를 흔들며 손님 앞에서 재롱을 부렸다.


이 모든 견문이 하루에 다 이뤄졌다. 선전 도로에는 유류 차(청색 번호판)보다 전기 차(녹색 번호판)가 많았다. 대략 네 대 중 세 대꼴이다. BYD, 샤오미, 화웨이 등 대부분 중국제다. 오토바이는 예외 없이 배터리로 달린다. 도로 옆에도 배출가스 냄새가 나지 않는다. 한국 인구의 3분 1에 해당하는 1700만 명 거대 도시가 환경 친화로 거듭났다.
중국 선전시 도심에서 운행 중인 무인 자율주행 택시. 운전석이 비어 있다./사진=이상언 제도혁신연구소장
홍콩 가는 김에 중국의 변화를 보겠다고 마음 먹은 것은 KBS 다큐멘터리 때문이다. '인재전쟁'이라는 프로그램이다. 1부 제목은 '공대에 미친 중국'이고, 2부 제목은 '의대에 미친 한국'이다. 지난해 중국 회사가 만든 생성형 인공지능(AI) '딥시크' 충격을 조명했다. 중국 입시생은 "커서 과학자가 되고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요"라고, 한국 학생은 "의사가 돼서 롯데월드 보이는 곳에 살고 싶어요"라고 한다. 영상 속에서 이정동 서울대 공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말했다. "첨단산업 분야에서 중국이 한국을 추월한 지 오래다." 유튜브 영상에 달린 댓글들이 촌철이다. '이게 수신료의 가치.' '설공 나와서 의대 갈 걸 후회하는 대기업 부장 한 트럭이다.' '싸구려 메이드 인 차이나가 아니라 인벤티드 인 차이나.' '간담이 서늘해지는 호러 영화.'

"오히려 후퇴한 나라를 후대에 물려 주게 됐다." 많은 사람이 이렇게 말한다. 한국 경제 성장률이 제로(0)에 수렴된다. 곧 마이너스(-) 시대가 된다는 예측도 나온다. 얼마 전까진 이런 얘기에 마음 속에선 '설마?'의 속삭임이 있었는데 요즘엔 그렇지도 않다. 한국이 내리막길 앞에 섰다고 진단하는 책 '피크 코리아'의 저자 백우열 연세대 교수는 "성장·생산성·효율의 개념이 다시 한국인의 가치관의 주류로 자리 잡아야 한다"고 역설한다. 우린 지난 한 세대 동안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외쳤다. 이젠 '부강한 대한민국'이라는 말을 유물 창고에서 다시 꺼낼 때가 됐다. 횃불을 더 밝히지 못하고 사그라지는 잔광(殘光)만 후대에게 물려준 부끄러운 조상이 될 것 같아 두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