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브엘만데브 해협과 수에즈 운하를 잇는 홍해 항로는 전 세계 해상 컨테이너 물동량의 약 30%, 상품 무역량의 약 12%가 통과하는 핵심 항로다. 연간 통과 물동량이 1조 달러에 이른다. 한국 등 아시아에서 수에즈 운하를 거쳐 유럽으로 가는 해상 화물은 반드시 이곳을 거쳐야 한다. 만일 이 길이 막히면 아프리카 최남단 희망봉을 도는 우회 노선을 택해야 한다. 항해 거리는 약 9000㎞ 늘고 소요기간 7~10일이 추가돼 물류비용이 20%가량 뛴다.
현재 미국은 4월 6일을 협상 시한으로 잡고 이란에 핵무기 개발 중단과 탄도미사일 제한, 호르무즈 해협 개방 등 15개 조건을 요구하고 있다. 이란은 중동 내 미군기지 폐쇄와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과 통행료 징수를 요구하며 맞서고 있다. 가뜩이나 어려운 협상에 바브엘만데브라는 새로운 난제까지 더해지며 상황은 더욱 꼬이고 있다.
중동 상황의 불안정성은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곧바로 전이되고 있다. 지난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 세계 성장률 전망치를 2.9%로 유지하면서도 한국은 1.7%로 지난해 12월 전망치보다 0.4%P 낮췄다. 반면 물가상승률은 2.7%로 0.9%P 높였다. 호르무즈 해협 전면 봉쇄도 처음 겪는 일인데 홍해 항로마저 안정적 항행이 어려워지는 것은 우리로선 겹악재가 아닐 수 없다. 산업계는 후티 반군의 상선 공격으로 물류비가 폭등했던 '2024년의 악몽'이 재연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정부는 두 해협 동시 봉쇄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하고 비상한 대응책을 강구해야 한다. 에너지 수급 안정과 물가 관리에 선제적으로 나서는 것은 기본이다. 바브엘만데브 인근 아덴만에 주둔 중인 청해부대의 우리 선박 보호 작전 활용 방안 역시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외교적 방안을 모색하는 동시에, 최악의 상황에 대비한 군사적·물류적 대응책을 함께 준비해야 한다. 원유 수입 길목과 유럽 수출 길목이 동시에 막히는 일이 실제로 벌어진다면 우리 경제가 더욱 휘청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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