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자조금관리위원회가 출범 이후 20년간 위원장 교체 없이 이승호 위원장 체제가 이어지고 있다. /사진=우유자조금관리위원회 홈페이지
우유자조금관리위원회가 출범 이후 20년째 동일 인물이 위원장으로 선출되는 운영 구조를 유지하면서 의사결정 구조의 운영 방식과 관련해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주요 안건이 반복적으로 원안 의결된 점을 두고 견제와 토론 기능이 충분히 작동했는지에 대한 평가가 나오고 있다. 제도적 보완 없이 장기 재임이 가능하도록 한 구조 전반을 재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이승호 위원장은 지난달 9일 실시된 우유자조금 관리위원장 선거에서 당선인으로 결정됐다. 그는 우유자조금관리위원회의 전신인 낙농자조금관리위원회가 출범한 2006년부터 현재까지 위원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이처럼 우유자조금 관리위원장이 출범 이후 단 한 차례도 교체되지 않았던 배경에는 단독 출마에 따른 무투표 당선 구조가 자리한다. 한돈·한우 등 다른 자조금관리위원회가 선거를 통해 주기적으로 수장을 교체해 온 것과 달리, 우유자조금은 단일 후보 출마가 반복되며 경쟁 자체가 이뤄지지 않는 구조가 고착화됐다는 분석이다. 우유자조금관리위원회 선거 규정 제29조2항은 단일 후보일 경우 별도 투표 없이 당선을 확정하도록 하고 있다.


우유자조금은 구조적으로 대의원회가 최고 의사결정기구이지만 운영상 핵심 권한은 관리위원회에 집중돼 있다. 대의원회가 관리위원회 결정을 추인하는 구조가 반복될 경우 견제 기능이 형식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같은 구조 속에서 관리위원회 전반의 의사결정 과정이 경직돼 있다는 평가도 있다. 지난해 열린 4차례의 관리위원회에서 상정된 예산 변경 및 사업계획안 등 주요 안건은 대부분 수정 없이 '원안 의결'로 처리됐다. 대의원회 역시 지난해 두 차례 회의에서 상정된 안건을 모두 원안대로 의결했다.

내부에서 제기된 문제와 제안이 실제 정책에 충분히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해 6월 17일 열린 제2차 관리위원회에서는 2026년 관세 철폐로 인한 산업 환경 변화에 대비한 대응책 마련 필요성이 논의됐다. 당시 이정림 위원은 시장 환경 변화와 관련해 농가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고 했고, 조성준 위원은 선제 대응 방안 마련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우유자조금관리위원회가 추진하는 일부 사업의 실효성에 대한 문제 제기도 이어졌다. 안래연 감사는 국산우유사용점 인증 사업의 증가 폭이 연간 100호점 수준에 그치고 있다며 보다 근본적인 개선책을 주문했다. 40억원 규모의 해외 공동마케팅 예산 가운데 일부를 국내 홍보로 전환하자는 제안도 나왔다.

다만 이 같은 지적들은 사업계획 수정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올해 우유자조금관리위원회의 사업계획서에는 무관세 도입과 관련한 대응 방안이 별도로 포함되지 않았고, 국산우유 사용점 운영 및 홍보 사업과 해외 공동마케팅 예산도 전년과 동일한 규모로 편성됐다. 이로 인해 산업 환경 변화에 대한 대응이 충분한지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내부에서 제기된 의견이 정책에 반영되지 않는 상황이 반복될 경우 의사결정 과정 전반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며 "동일 인물이 장기간 위원장직을 수행하는 구조에서는 정책에 대한 다양한 시각이 충분히 논의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우유자조금관리위원회의 지배구조와 장기 재임이 가능하도록 설계된 현행 운영 구조 전반에 대해 점검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견제와 감시 기능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행 '축산자조금의 조성 및 운용에 관한 법률'에는 위원장의 연임을 제한하는 규정이 없다. 농협중앙회장이나 수협중앙회장 등 공적 성격을 띤 유관 기관장들이 연임 제한 규정을 두고 있는 것과 대조되는 부분이다.

주무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는 자조금 위원장 선출과 관련해 "대의원회에서 결정하는 사안으로 정부가 개입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우유자조금관리위원회 측은 이와 관련한 질의에 답변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