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자유무역협정) 일정에 따라 미국산 유제품은 올해 1월1일부터, EU산은 7월1일부터 관세가 0%가 된다. 국내 멸균우유 수입의 90%를 차지하는 폴란드 등 EU산 제품은 가격 경쟁력이 더 높아질 것이 명확하다. 시장 충격은 불가피하다.
국산 우유는 비싸다는 인식이 고착돼 있다. 우유는 빵·커피·가공식품 등 식생활 전반의 원가에 영향을 미치는 기초 재료다. 먹거리 인플레이션 때마다 가격 인상 주범으로 지목받는 이유다. 부정적 인식이 쌓인 상태에서 소비 변화까지 더해졌지만 우유자조금의 홍보 전략은 여전히 백색 시유(흰 우유) 중심에 머무르고 있다.
최근 3년 동안 우유자조금 지출의 약 35~36%를 차지한 소비홍보 예산은 대부분 흰 우유의 신선함과 효능을 알리는 데 쓰였다. 실적 역시 국산 우유의 우수성 주입에 초점이 맞춰졌다.
국민은 우유를 흰 우유만으로 소비하지 않는다. 가공유·치즈·버터·크림·분유 등 다양한 유제품이 식탁의 중심이 됐다. 외식·카페·디저트 산업은 사실상 유제품 기반으로 돌아간다. 원료 홍보만 반복해서는 국산 원유의 경쟁력을 높이기 어렵다.
국내 유가공업체들도 원가 부담으로 어려움을 겪는다. 국산 원유 기반의 프리미엄 제품군을 키우고 그 가치를 소비자가 체감하도록 만드는 전략이 필요하다. 무관세가 적용된 수입 유제품이 대거 들어오는 상황에서 백색 시유 홍보에 머무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해외수출 전략은 답보 상태다. 우유자조금 운영 예산에는 정부 보조금이 포함되는데 이 중 20억원이 수출 지원 명목이다. 매년 40억원 수준의 예산이 해외수출에 쓰이지만 내용은 박람회 참가·마케팅 지원 등 형식적 사업에 머문다. 전시행정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해외 방문객에게 익숙한 '빙그레 바나나맛우유'가 정작 현지 시장에서는 존재감을 보이지 못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냉장유통 한계를 넘어설 실온유통 기술 확보가 관건인데 이 부분에서 자조금의 R&D(연구개발)·기술지원 기능은 사실상 비어 있다. 만약 자조금이 기술 투자까지 뒷받침했다면 K밀크의 글로벌 확장은 지금보다 훨씬 빨랐을 것이다.
소비촉진 대상도 재검토가 필요하다. 초고령사회에 진입했지만 우유 소비 확대 정책의 중심은 여전히 어린이다. 우유자조금의 2025년 '찾아가는 우유교실'에는 어린이집 121곳, 1만5093명이 참여한 반면 노인복지관 프로그램은 14곳, 1492명에 그쳤다. 단백질·칼슘이 절실한 고령층에 대한 전략은 여전히 빈약하다.
머지않아 우유도 콩처럼 국산과 수입의 가격 격차를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시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우유 산업만의 문제가 아니다. 농가 생존과 국민 식품안보가 걸린 문제다.
우유자조금 전략이 제자리걸음을 반복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거버넌스가 10년 가까이 바뀌지 않았기 때문이다. 산업은 급변하는데 의사결정을 책임지는 사람은 그대로이니 전략도 뒤처질 수밖에 없다는 하소연이 나온다.
무관세 시대의 국산 우유 경쟁력은 백색 시유 홍보에서 나오지 않는다. 제품 중심의 고부가 전략, 실효성 있는 수출 전략, R&D 기반 경쟁력, 그리고 고령사회에 맞춘 소비 활성화다. 바뀌어야 하는 것은 시장이 아니라 자조금의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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