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영국 가디언을 비롯한 주요 외신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과의 평화 협상 초안을 이스라엘을 포함한 동맹국에 공유하며 막판 종전 협상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해당 초안에는 60일간의 휴전 연장과 함께 호르무즈 해협의 선박 통행을 '아무 제한 없이'(Unrestricted) 보장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통행 과정에서 통행료 부과나 항행 방해 행위 역시 금지되며 이란은 30일 이내 해협 내 기뢰를 제거해야 한다는 조건도 담겼다.
호르무즈 해협 정상화 가능성이 커지면서 산업계 기대감도 덩달아 커진다. 국내 정유업계의 경우 원유의 70% 이상을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들여오는 만큼 공급망 불확실성이 상당 부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난 20일에는 한국 유조선 1척이 전쟁 이후 처음으로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석유화학업계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원재료인 나프타와 비교해 핵심 제품인 에틸렌 가격이 더 가파르게 하락하면서 수익성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나프타는 원유 가격과 연동되는 특성이 강해 중동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선 가격 하락 폭이 제한적이다. 반면 에틸렌 가격은 중국발 공급과잉과 다운스트림 수요 부진이 겹치면서 약세다. 산업통상부 원자재가격정보를 보면 전날 나프타 가격은 톤당 849달러로 전주보다 34달러 하락했으나 같은 기간 에틸렌은 톤당 1040달러로 전주 대비 150달러나 떨어졌다.
석화업계 관계자는 "나프타 가격이 비교적 견조한 흐름을 이어가는 게 석유화학업계에는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여기에 중국이 석탄 기반 설비를 바탕으로 저가 제품 수출을 확대하는 한편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 속 다운스트림 업계의 보수적인 구매 전략이 겹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1분기 호실적이 일시적 반등이라는 분석이다. 해당 기간 에틸렌을 취급하는 국내 주요 석유화학 기업 영업이익을 보면 ▲LG화학(석유화학 사업 부문) 1648억원 ▲롯데케미칼 735억원 ▲한화솔루션(케미칼 부문) 341억원이지만 흑자 배경에는 '중동 전쟁'이라는 대외적 요인이 숨어있다. 1·2월에 저렴하게 사둔 나프타로 생산한 에틸렌 등이 중동 사태에서 폭등하며 생긴 착시 효과라는 거다.
석화업계는 고부가 가치 제품 위주의 포트폴리오 전환을 근본적인 해법으로 삼고 있다. LG화학은 기존 신사업인 ▲친환경 사업 ▲전지 소재 ▲신약 등에 고부가 스페셜티 사업을 추가하며 4대 성장동력을 공식화했고 롯데케미칼도 2030년까지 기능성 소재 비중을 60% 이상 확대하며 화학 계열 사업 포트폴리오를 강화할 방침이다. 한화솔루션은 석유화학 사업 대신 북미 태양광 사업 등으로 핵심축을 옮겨 실적 개선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저작권자 © ‘존중받는 개인, 부강한 대한민국’ 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