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래픽=신재민 기자
삼성전자 노사의 극적인 임금협상 타결로 총파업 리스크는 일단락됐지만 부문별 보상 격차에 따른 내부 갈등은 여전하다. 오랜기간 완제품(DX) 부문이 쌓아온 성과와 이를 바탕으로한 투자가 현재 반도체(DS) 부문이 거두고 있는 막대한 영업이익의 밑거름이 됐음에도 정작 그 과실은 특정 부문만 독식하고 있다는 박탈감 때문이다.
삼성전자 노사가 지난 27일 최종 타결한 2026년 임금협약 합의안은 DS부문 특별경영성과급 신설이 핵심으로 꼽힌다. 해당 성과급은 노사가 합의한 사업성과의 10.5%를 재원으로 하며 DS 특별경영성과급의 재원 배분율은 부문 40%, 사업부 60%로 나누고, 공통 조직의 지급률은 메모리사업부 지급률의 70% 수준으로 정해졌다. 적자 사업부에 대해서는 공통 지급률의 60%를 적용하기로 했다. 단 적자사업부 기준은 2027년분부터 적용된다.

올해 증권업계가 추정하는 삼성전자 DS부문의 연간 영업이익 300조원이다. 이를 노사가 합의한 '사업성과'로 대입하면 특별경영성과급 전체 재원은 약 31조5000억원이며 40%인 약 12조6000억원이 DS부문 전체 구성원 약 7만8000명에게 공통 배분된다. 나머지 60%인 18조9000억원은 DS부문 내 사업부별로 차등 지급된다.


단순 계산상 연봉 1억원을 받는 메모리 사업부 직원은 기존 초과이익성과급(OPI)까지 합쳐 1인당 최대 약 6억원, 적자를 내는 비메모리 사업부 직원은 1인당 1억6000만원을 받게 된다. 반면 스마트폰과 가전 등 완제품을 생산하는 DX부문 직원들은 기존 OPI를 제외하면 600만원 상당의 자사주를 지급받게된다. 메모리 사업부와의 보상 격차는 100배에 이른다.

DX 구성원들은 현재 DS가 거두고 있는 막대한 수익이 오랜기간 부문을 막론하고 '원삼성'의 성과와 재원으로 마련한 투자에서 비롯됐음에도 혜택은 DS에게만 돌아가고 있다는 점에 불만을 표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공시된 삼성전자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2016~2025년 10년 간 DX부문의 누적 매출은 1625조795억원으로 DS부문의 누적 매출 852조3279억원(사업부문 개편 전 DP실적 제외)의 두배에 달한다. 2010년대 스마트폰 갤럭시S 시리즈의 흥행과 프리미엄 가전의 글로벌 인기를 필두로 회사의 매출을 떠받쳐온 것이다.


여명구 삼성전자 DS부문 피플팀장 부사장(왼쪽)과 최승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이 27일 경기 용인시 삼성전자 The UniverSE에서 진행된 2026년 삼성전자 임금협약 조인식에서 서명을 하고 있다. / 사진=삼성그룹 초기업 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DX부문 135조9149억원, DS부문 204조2764억원으로 DS부문이 앞서지만 2017~2018년 메모리 반도체 초호황 등 업황 사이클의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2023년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반도체 수요 둔화로 DS부문이 14조8795억원의 적자를 낼 때에는 DX부문이 14조3847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며 손실 대부분을 상쇄, 회사의 실적을 방어했다.
투자 금액은 대부분 DS부문에 집중됐다. 지난 10년 간 삼성전자의 누적 시설투자는 424조4503억원 규모이며 이 가운데 83.2%인 353조2395억원이 DS부문에 집행됐다. 재원은 DS부문 만의 성과가 아닌 DX부문을 포함한 전사 차원의 성과를 바탕으로 마련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반도체가 암흑기를 거치거나 대규모 투자가 필요할 때 기반을 받쳐준 것은 갤럭시, 비스포크 신화를 쓰며 캐시카우 역할을 했던 완제품"이라면서 "투자는 전체의 재원으로하면서 결실은 오롯이 DS부문 성과급으로만 집중된 데 따른 DX부문 구성원들의 박탈감이 상당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삼성전자 최대 노조인 초기업노조 집행부가 교섭 과정에서 "DS와 DX 노조 분리 고민을 해보자", "DX 솔직히 못해먹겠다", "분사할 거면 하라" 등의 발언을 한 것도 '원삼성' 체제의 균열을 가속화했다는 분석이다.

논란이 지속되자 최승호 초기업노조 위원장은 지난 27일 자신의 발언을 사과하는 한편 "DX 부문 집행부를 재구성해 DX 부문을 전담해 챙길 수 있도록 하겠다. DX 부문 교섭을 담당하는 대표(부위원장)를 교체하고 사무국장도 현장으로 복귀시키겠다"며 갈등 봉합에 나섰다.

DX부문 대표이사인 노태문 사장도 같은 날 직원들에게 보낸 메시지를 통해 "사업 환경과 업황의 차이가 부문별로 다른 결과로 이어지는 상황에 부문장으로서 안타까움과 책임감을 느낀다"며 "DX부문의 경쟁력을 회복하고 다시 성장의 흐름을 만들어내는 일에 더 엄중하게 임하겠다. 사업별로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 어디에 더 과감하게 집중해야 하는지, 현장에서 무엇이 가장 절실한지 제가 더 직접 보고 챙기겠다"고 약속, DX 구성원을 달랬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성과급의 비대칭 구조가 안착됐고 부문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진 상황에서 DX부문 구성원의 불만이 단기간에 줄어들긴 어려울 것"이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