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지난 23일 발표한 2026년 1분기 실질 GDP 속보치에 따르면 전기 대비 1.7% 성장, 전년 동기 대비로는 3.6% 성장한 것으로 집계됐다. 시장 예상치(1.0%)를 크게 뛰어넘는 수치다. 성장을 견인한 것은 반도체 등 IT 품목 중심의 수출이었다. 수출이 5.1% 증가하면서 순수출의 성장 기여도는 1.1%포인트로, 내수 기여도(0.6%포인트)의 두 배에 가까운 수준을 기록했다. 설비투자(4.8%)와 건설투자(2.8%)도 반등하며 성장을 뒷받침했다.
깜짝 성장에 해외 IB들은 전망치를 경쟁적으로 올렸다. JP모건은 기존 2.2%에서 3.0%로, 씨티은행은 2.2%에서 2.9%로, 골드만삭스는 1.9%에서 2.5%로 각각 상향 조정했다.
낙관적 전망으로 코스피는 23일 6470대까지 오르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명일에는 코스닥이 1200선을 돌파했다. 한국갤럽이 21~23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향후 1년간 경기가 나아질 것이라는 응답이 39%로, 전쟁 우려가 극에 달했던 3월(37%)보다 높아졌다.
그러나 아직 중동전쟁이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낙관전인 전망은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3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2.2% 올라 1·2월(2.0%)에서 다시 오름세로 돌아섰다. 교통 부문이 5.0% 급등하며 물가를 끌어올렸고, 석유류 가격도 9.9% 뛰면서 공업제품 전체를 2.7% 밀어올렸다. 재경부는 4월 물가상승률이 2% 중반대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전문가들의 시선은 더 냉정하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조기 합의 낙관론에도 불구하고 이란의 향방을 장담할 수 없으며, 물가에 대한 전쟁의 영향이 약 3개월의 시차를 두고 6월부터 본격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호르무즈 봉쇄가 장기화할 경우 생산시설 파괴로 고유가 상황이 올해 내내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위험 요인으로 꼽았다.
씨티은행은 2분기 GDP 성장률이 소폭 위축(-0.2%)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하나증권은 반도체 수출 호조와 정부 추경이 성장을 어느 정도 떠받쳐줄 것으로 봤지만, 전쟁으로 인한 성장 경로의 불확실성이 확대됐다고 분석했다.
정부도 경기 판단에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유병희 재경부 경제정책국장은 1분기에는 전쟁 영향이 크게 나타나지 않았지만 물가와 건설자재 수급 등에서 2분기부터 부정적 영향이 가시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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