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금융권 곳곳에서 유동성 부담이 커지고 있다. 저축은행과 상호금융에서는 반년간 월평균 약 5조원의 자금이 빠져나갔고 보험업권에서는 해약환급금이 늘고 있다. 카드사와 캐피탈사는 여전채 금리 상승으로 조달비용 부담이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은 이 같은 흐름이 비은행권 전반의 유동성 부담과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며 선제적 관리 필요성을 제기했다. 사진은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관계자가 원화 5만원권 지폐를 정리하는 모습./사진=뉴스1
2금융권 곳곳에서 유동성 부담이 커지고 있다. 저축은행과 상호금융에서는 반년간 월평균 약 5조원의 자금이 빠져나갔고 보험업권에서는 해약환급금이 늘고 있다. 카드사와 캐피탈사는 여전채 금리 상승으로 조달비용 부담이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은 이 같은 흐름이 비은행권 전반의 유동성 부담과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며 선제적 관리 필요성을 제기했다.
25일 한국은행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저축은행과 상호금융 등 비은행 예금취급기관에서는 지난해 11월 이후 월평균 약 5조원의 수신이 빠져나간 것으로 나타났다. 예금보호한도가 기존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확대됐지만 정기예금을 중심으로 자금 이탈이 이어지며 예수금을 기반으로 한 자금조달 안정성이 약해지고 있다.
예금 떠난 돈, 증시로 이동
비은행 예금취급기관의 수신 이탈은 증시 강세와 맞물려 있다. 주식과 상장지수펀드(ETF) 등 금융투자상품의 기대수익률이 예금상품을 웃돌면서 저축은행과 상호금융에 머물던 자금이 투자시장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예금을 붙잡기 위해 수신금리를 올릴 수 있지만 이는 곧바로 조달비용 상승으로 이어진다.

수신 구조도 이전보다 불안정해졌다. 저축은행의 비대면 예금 비중은 2024년 1분기 말 33.0%에서 올해 1분기 말 34.8%로 상승했다. 저축은행과 상호금융의 요구불예금(원할 때 언제든 찾을 수 있는 예금) 비중도 올해 1분기 말 각각 13.9%, 9.0%로 높아졌다. 모바일로 쉽게 이동할 수 있는 예금과 수시입출금식 자금이 늘수록 시장 상황이 바뀔 때 자금 이탈 속도도 빨라질 수 있다.


저축은행과 상호금융 입장에서는 수신 이탈과 수신금리 경쟁이 동시에 부담이다. 자금이 빠져나가면 대출 영업 여력이 줄고, 예금을 붙잡기 위해 금리를 올리면 이자비용이 늘어난다. 자금조달 부담이 커지는 가운데 주요 영업자산 성장세까지 둔화되면 수익기반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예금금리를 올리면 당장은 수신 방어 효과가 있겠지만 조달비용 부담도 함께 커진다"며 "대출 성장세가 제한된 상황에서는 수익성 관리가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보험·여전사도 자금 흐름 변화 영향권
보험사와 여신전문금융회사도 자금 흐름 변화에서 자유롭지 않다. 보험업계에서는 저축성보험 해약환급금이 다시 늘고 있다. 대형 생명보험 3사의 올 1분기 해약환급금은 4조898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3% 증가했다. 이 가운데 저축성보험 해약환급금은 2조8288억원으로 23.2% 늘었다. 보험에 묶어뒀던 자금이 투자시장이나 다른 금융상품으로 옮겨가는 흐름이 나타난 셈이다.

여전사는 조달비용 부담이 커지고 있다. 카드사와 캐피탈사는 은행처럼 예금을 받을 수 없어 여전채 등 시장성 자금에 의존한다. 최근 카드사들은 4%대 초반 금리로 여전채를 발행하고 있다. 조달금리가 오르면 이자 비용이 늘고 카드론, 할부금융, 리스 등 신규 영업 확대에도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여전사는 시장금리 변화가 조달비용에 반영되는 구조"라며 "금리 변동성이 커질수록 신규 영업 확대보다 조달비용과 수익성 관리에 더 신경 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 같은 부담이 특정 업권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저축은행과 상호금융은 예금 이탈, 보험사는 해약환급금 증가, 여전사는 차환 비용 상승이라는 방식으로 각각 유동성 부담을 안고 있다. 업권별 양상은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자금조달 비용이 오르고 수익기반이 약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비은행권 전반의 리스크로 번질 수 있다.

업권 간 연결고리도 변수다. 한은에 따르면 비은행권은 자금조달과 운용 구조가 업권마다 다르지만 금융회사 간 자금거래와 투자펀드 등을 통해 서로 연결돼 있다. 특정 업권의 유동성 불안이 다른 금융회사로 옮겨갈 경우 금융시스템 전반의 부담으로 커질 수 있다는 의미다.

한은은 "비은행금융기관은 은행에 비해 자금조달 및 운용 기반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만큼 업권별 특성을 반영한 선제적 리스크 관리가 중요하다"며 "업권 간 리스크 전이경로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