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정수영 기자,이승아 기자 = "너는 키가 작아서 안 돼." 훈련 시작부터 모진 말을 들었다. "네가 이 업계에 어울린다고 생각해?" 열심히 해도 돌아오는 말은 그를 아프게 찔렀다.

6개월의 훈련기간은 '내 인생 최대의 고난의 시기'였다. 그래도 이 악물고 버텼다. "이 일이 너무 좋았으니까요. 해보지도 않았는데 그만두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김다영씨(26·본스턴트)는 3년차 액션배우다. 영화 '반도' '#살아있다'와 드라마 '킹덤시즌2'를 비롯, 그동안 출연한 작품이 20편을 훌쩍 넘는다. 장나라('황후의 품격'), 설현('나의 나라'), 조민수('방법') 등 여배우들 대역으로도 활약했다. 요즘엔 영화 '한산'(감독 김한민)의 배우 김향기 대역으로 촬영이 한창이다.

"좀비액션이 가장 자신 있다"고 했다. 사진 왼쪽은 경찰 감염자 역할을 맡은 '#살아있다' 촬영현장. 오른쪽은 '반도' 속 배우들과 함께. 원 안의 인물이 다영씨다.(사진제공=김다영)© 뉴스1


◇영화 '악녀' 보고 액션배우 꿈꿔

어렸을 때 꿈은 경찰이었다. 온몸을 던져 범인을 제압하고 싶었다. 대학서 경찰행정학을 공부했다. 하지만 영화 '악녀'를 보고 꿈을 바꿨다. '스턴트배우가 돼야겠다.' 액션스쿨에 문을 두드린 건 2018년 봄이었다.


매일 4시간씩 극한 훈련이 시작됐다. 발차기, 주먹질, 낙법, 와이어, 레펠 등 액션에 필요한 각종 움직임들을 익혔다. 6개월을 악착 같이 버텼다. 함께 훈련을 시작했던 20명의 여자 동기들 중 10여 명이 떨어져나갔다.

◇부상은 다반사…근육통쯤이야

데뷔작은 드라마 '아스달 연대기'였다. "첫 촬영이 2018년 10월16일이었어요. 와한족의 한 명으로 출연했는데, 맞고 끌려 다니다 끝났죠." 액션배우 초반엔, 출연했나 싶을 정도로 미미한 역할이었으나 갈수록 그를 찾는 작품이 늘어났다.

촬영현장에서 부상은 다반사. "'킹덤시즌2'에서 사람들을 밟고 기왓장 위로 올라가는 장면을 찍는 중이었어요. 양쪽에 와이어가 설치돼 있었는데, 와이어가 기왓장에 걸리면서 제 얼굴에 (기왓장이) 쏟아져 내렸죠." 이 사고로 이마와 코 주변이 찢어져 한동안 고생이 심했다.


다행히 지금까지 치명적인 사고는 없었지만, 자잘한 부상과 통증은 달고 산다고 했다. 훈련 과정에서 어깨 힘줄이 찢어지고, 발목을 접질려 발을 딛지 못해 쩔쩔맸던 때도 숱하다. 다영씨는, 근육통 따위는 스턴트배우 삶에 가벼운 동반자로 여기는 듯했다.

좌우명이 있냐는 질문을 던지자 “인생에 ‘빠꾸’란 없다”라는 답이 돌아왔다. 스물여섯 청춘의 패기가 느껴졌다.© 뉴스1 이승아 기자


◇콤플렉스였던 키, 지금은?


3년 전 액션스쿨에 발을 들였을 때 작은 키(155㎝)가 콤플렉스였다고 했다. 키 때문에 자존심 상하는 말도 여러 번 들었다. "그 키로 어떻게 액션을 하려고? 못 버틸 걸?" 오기가 생겨 보란 듯이 버텨냈다. 키가 작아도 해낼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 보이고 싶었다고 했다.

"액션배우를 하기에 제 키는 많이 작아요. 활동하는 스턴트우먼 평균 키가 163㎝이거든요. 150㎝ 초반은 저밖에 없어요. 지금은 작은 키에 자부심을 느껴요. 몸이 왜소한 배우나 아역 대역은 제가 가장 잘 소화할 수 있을 걸요?"

언제까지 스턴트우먼으로 일하고 싶을까. "몸 관리만 잘하면 마흔 넘어서까지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더 잘해서 저를 찾는 감독들에게 ‘김다영 멋있다’라고 인정받고 싶어요. 해외무대 진출이요? 너~무 좋죠!" 이 스물여섯 액션배우는 앞으로 이루고 싶은 꿈이 많아 보였다.

© 뉴스1 이승아 기자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