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대출 창구/사진=장동규 기자
#직장인 한모씨(34)는 지난 4일 마이너스통장 5000만원을 개설하고 비대면 신용대출 3000만원을 신청했다. 당장 돈을 지출해야 할 곳은 없지만 언제 대출문이 닫힐지 몰라 서둘러 대출을 받았다. 한 씨는 "지금은 신용대출 판매가 재개됐지만 언제 또 대출문이 닫힐지 모르기 때문에 마이너스통장으로 한도를 확보했다가 필요할 때 꺼내쓸 계획"이라며 "코스피가 3000을 돌파한 주식시장에 더 투자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중은행이 지난해말 중단했던 신용대출 판매를 재개하면서 신규 대출을 받거나 한도를 늘리려는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빚을 내 투자하는 일명 '빚투' 직장인과 소득이 줄어든 자영업자가 은행 대출창구에 몰리고 있다. 


7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지난 4일 신용대출 잔액은 133조928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마지막 영업일인 12월31일 133조6482억원에서 하루 만에 잔액이 2798억원 늘어난 셈이다. 지난 5일 신용대출 잔액은 133조9927억원으로 전날보다 647억원 증가했다. 이틀만에 3445억원 불어난 규모다.

은행권의 신용대출은 꽉 막혔던 규제가 느슨해지면서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말 억눌렸던 대출 수요가 한꺼번에 몰린 영향이다.


통상 1월은 신용대출이 늘어나지 않는 달이다. 연말 성과급을 받는 가계가 많아 신용대출 수요가 줄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는 정부가 가계대춭 선진화 방안을 예고하는 등 대출규제 강화가 예상돼 연초부터 폭발적으로 신용대출 수요가 몰리고 있다.

지난해말 가계대출이 급증하자 아예 신용대출을 틀어막은 은행의 극약처방도 대출 수요 급증에 한 몫했다. 앞으로 규제가 더 강화될 것이란 판단 아래 최대한 미리 돈을 끌어다 놓으려는 심리가 대출시장에 팽배하다. 


은행 관계자는 "기록적인 저금리 수준에 주택과 주식 등 개인 투자자금을 마련해 놓으려는 대출 수요가 계속 몰리고 있다"며 "고소득자의 과도한 신용대출이 부동산시장으로 흘러가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지적에 신용대출 한도는 대부분 은행이 그대로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5대 은행의 연간 가계 신용대출 잔액은 23조 7374억원 늘어 역대 최대로 증가했다. 증가율도 21.6%에 달한다. 최근 3년(2017~2019년) 연평균 증가 규모(7조5833억원, 8%)의 3배 수준이다.

전체 가계대출 잔액은 670조 1539억원으로 1년 전보다 59조3977억원(9.7%) 늘었다. 가계부채 대책이 시행된 2017년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