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15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사진=한국은행
26일 내려지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결정에 금융권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4차 대유행으로 경기둔화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이달 기준금리를 올리기엔 시기상조라는 분석에 한은이 동결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에 맞서 가계빚이 사상 처음으로 1800조원을 넘으면서 가파른 가계대출 증가세를 조절하기 위해선 기준금리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전망도 우세하다.

한국은행은 이날 오전 통화정책방향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행 연 0.50%로 동결할지 0.25%포인트 인상할 지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한은은 지난해 3월 기준금리를 1.25%에서 0.75%로 0.5%포인트 내리는 ‘빅컷’을 단행한 이후 같은해 5월 사상 최저수준인 0.5%로 낮췄다. 이어 지난 7월까지 9차례 연속 동결을 이어왔다.


최근 코로나19 4차 대유행이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결정에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코로나 신규 확진자 수는 지난 11일(2223명)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데 이어 지난 25일에는 2155명을 기록, 역대 두번째로 많은 수치를 기록했다.

코로나 대유행 여파로 지난 7월 12일부터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적용되면서 경기둔화가 우려되는 만큼 기준금리를 인상하기엔 부담스러운 측면도 있다는 게 금융권의 분석이다. 김지나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9월 학교 개학과 추석 연휴를 앞두고 전염 리스크가 여전한 만큼 금통위가 인상을 결정하기엔 불확실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한은이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하면 이자부담 증가로 자영업자의 어려움이 더욱 가중될 수밖에 없다는 점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실제로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3월말 전체 금융권의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831조800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8.8%(131조8000억원) 급증했다. 같은 기간 금융권에 빚을 지고 있는 자영업자는 총 245만6000명으로 1인당 평균 대출액은 3억3868만원에 달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올 2분기 은행권의 자영업자 대출이 9조3000억원 늘어난 것을 감안하면 6월 말 기준 금융권의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840조원을 상회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금통위에서 대표적인 매파(통화긴축 선호) 성향인 고승범 위원이 금융위원장으로 내정되면서 한은 의결에서 빠져 기준금리 인상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작아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1800조 가계빚에 기준금리 인상으로 속도조절 나서나

다만 일각에선 최근 발표된 여러 지표들을 감안하면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사상 최대치를 이어가는 가계빚을 고려하면 기준금리 인상시기를 더이상 미룰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시각이다. 올 2분기 가계빚이 1805조9000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처음으로 1800조원을 돌파했다. 정부의 고강도 대출규에도 올 들어서만 가계빚이 78조원 불었다. 가계대출 잔액은 전분기말보다 38조6000억원 늘어난 1705조3000억원으로 역대 2분기 중 최대 증가폭을 나타냈다.


소비자물가가 4개월 연속 2%대를 기록하고 있는 점도 기준금리 인상의 명분이 되고 있다. 지난 7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7.61(2015년=100)으로 전년동월대비 2.6% 올랐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4월 2.3%, 5월 2.6%, 6월 2.4%을 기록한 데 이어 4개월 연속 2%를 웃돌고 있다. 이는 한은의 관리목표(2%) 수준을 상회하는 수준으로 소비자물가가 2% 이상 오른 것은 2017년 1~5월 이후 4년2개월만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최근 전방위적으로 물가가 오르고 가계부채 증가속도도 빨라지고 있어 유동성을 회수하는 금리인상이 필요해 보인다"며 "이후 물가와 가계부채 변동 상황을 봐가며 추가적인 통화정책을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 기준금리를 올리지 않으면 향후 금리 올리는 것에 대한 부담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현재 상황에서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