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사옥 아지트의 모습. /그래픽=강지호 기자
카카오가 노조와 합의 없이 연차사용 소진기한을 변경하면서 혼란이 커진다. 고용노동부가 연차수당 미지급 문제를 지적하자 내놓은 선제적 조치지만 현실을 고려하지 못한 판단이라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27일 IT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지난 3월 초 당해 연도 연차사용 소진기한을 다음해 3월에서 올해 연말로 변경한다고 공지했다. 회사 내 전자승인시스템도 이에 맞춰 개편했다. 고용노동부 성남지청의 근로 감독 시정 지시에 발맞춰 연차사용을 촉진하기 위해 내린 결정이다.

성남지청은 2024년 11월부터 2025년 9월까지 진행한 근로감독 이후 연차사용촉진제도에 문제가 있어 연차수당 지급 시정지시를 지난 2월 내린 바 있다. 연차사용촉진제도는 사용자가 적법하게 휴가 사용을 독려했음에도 휴가를 사용하지 않아 소멸된 경우 금전보상 의무를 면제하는 정책이다.


고용노동부 판단 이후 카카오 경영진이 연차사용기한을 갑자기 줄이면서 혼란이 발생했다. 노조와 상의 없이 일방적으로 이를 변경해 당장 계획을 짜놓은 직원들의 불편함이 가중됐다는 분석이다. 변수가 발생한 만큼 이전보다 휴가를 쓰기가 더욱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연차사용기한을 원칙대로 맞추는 것보다 이를 제대로 사용하는 구조 개선이 중요한데 고용노동부의 시정 취지와는 동떨어진 대책으로 노사 갈등만 악화시켰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회사의 과실을 인정하고 연차를 제대로 쓸 수 있는 조직문화 개선과 관련 감시 인력을 충원하는 등 근본적인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근시안적인 경영 판단으로 불필요한 논란을 낳은 만큼 전향적인 자세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다.


2025년 연차를 제대로 사용 못한 직원들이 많은 상황에서 내부 반대가 커지자 회사는 이미 바꾼 연차사용기한을 노사와 머리를 맞대고 개선할 계획이다. 인사노무 업무를 총괄 중인 신종환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직접 논의를 주도할 예정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회사는 연차 운영 기준을 보다 명확히 정비하고 구성원의 실질적인 휴식권을 강화하기 위해 제도 개선 방향을 마련 중"이라며 "현재 제도 운영을 보완하기 위해 점검하고 있으며 세부 기준과 방식은 구성원들의 쉴 권리가 충분히 보장될 수 있도록 지속해서 보완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한편 카카오는 연장근로 한도 초과와 임금 미지급·지연 지급 등 노동관계법 위반으로 고용노동부의 시정 지시를 받은 상황이다. 오는 5월까지 시정지시 이행 사항을 제출해야 되며 고용노동부가 이를 검토해 시정이 완료되면 사건 종결 여부를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