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시의회 박태순 의장이 6일 국회의원의 지방의회 개입을 공개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박진영 기자
박태순 안산시의회 의장이 국회의원의 지방의회 개입을 공개 비판하며 지역 정치권 갈등이 정면충돌로 비화했다.
박 의장은 6일 안산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의원의 지방의회 장악 시도와 정치적 갑질은 반드시 바로 잡아야 한다"고 밝혔다. 성명에서 특정 인물을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사흘 전 불거진 통화 논란과 맞물리며 김현 더불어민주당 안산시을 국회의원을 겨냥한 대응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3일 밤 통화였다. 방송을 통해 공개된 녹취에 따르면 김현 의원은 오후 9시23분 박 의장에게 전화를 걸어 공천 문제를 두고 강하게 질책했다. 통화에서 김 의원은 "우리가 뽑아준 것"이라며 공천 영향력을 강조했고 "제대로 하라"는 취지로 압박했다. 이에 대해 박 의장은 "지지는 개인 판단"이라며 반박했고 야간 통화 방식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충돌의 직접 원인은 경기도의원 공천이었다. 김 의원 측 인사가 출마한 상황에서 박 의장이 경쟁 후보를 공개 지지하면서 갈등이 촉발됐다. 공천을 둘러싼 정치적 이해가 의회 내부 문제로 확산한 셈이다.

논란이 확산하자 김현 의원은 다음 날 페이스북을 통해 "통화 과정에서 결례가 있었다"며 공개 사과했다. 그러나 사과문에서 지역위원회 역할을 강조하면서 공천권을 중심으로 한 정치적 영향력 구조를 재확인했다는 해석도 동시에 제기됐다. 박 의장은 사과를 수용하지 않고 기자회견을 통해 공개 대응에 나섰다.

김현 의원 페이스북 캡처 화면.
이번 사안의 본질은 개인 간 충돌이 아니다. 공천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국회의원과 공천에 의존하는 지방의원 사이에서 형성된 구조적 종속 관계가 드러난 사건이다. 지방의회는 법적으로 독립된 의결기관이지만 실제 정치에서는 공천 권력이 의정 방향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가 고착돼 있다. 통화에서 드러난 "우리가 뽑아줬다"는 발언은 그 구조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법적으로도 경계선에 놓여 있다. 국회의원이 공천을 매개로 지방의회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친 사실이 구체적으로 입증될 경우 권한 침해 또는 직권남용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 다만 현재까지 김현 의원의 위법성이 확인된 사실은 없다. 이 사건은 범죄 여부가 아니라 정치적 영향력의 허용 범위를 둘러싼 충돌에 가깝다.


김현 의원을 둘러싼 논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과거 공공기관 항의 방문 과정에서의 고압적 태도 논란, 대리기사 사건 등 여러 차례 정치적 파장이 있었지만 법적 판단은 무혐의 또는 무죄로 귀결된 바 있다. 다만 이번에는 상대가 지방의회 의장이며 해당 의장이 공식 기자회견을 통해 문제를 제기했다는 점에서 파급력은 이전과 다르다.

경기도의원 공천 결과가 임박한 상황에서 이번 충돌은 단순 해프닝으로 정리되기 어려운 국면에 들어섰다. 이미 경쟁 후보 측은 공천 공정성 문제를 제기하며 추가 대응을 예고했다. 의장이 사과를 거부하고 공개 대응을 택했다는 점은 내부 조정이 실패했음을 의미한다.

결국 쟁점은 하나다.
지방의회가 독립된 의결기관으로 남을 것인지, 공천 권력 아래 종속 구조를 유지할 것인지. 이번 충돌은 그 경계선이 이미 현실 정치에서 무너지고 있음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