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 불확실성이 커지며 중소기업들의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사진은 부산 남구 신선대, 부두 야적장에 수출입 컨테이너가 쌓여 있는 모습./사진=뉴시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다시 커지면서 국내 중소기업들의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다. 미국 연방대법원이 상호관세에 위법 판단을 내린 것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글로벌 관세를 15% 부과하겠다고 예고하면서다.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중소기업들은 미국 연방대법원 판결 후 요동치는 미국 관세 이슈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중소기업들은 이번 연방대법원의 판결이 상호관세 법적 근거에만 제동을 걸었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산 자동차·철강 등에 부과되고 있는 품목관세는 이번 연방대법원 판결과 무관하게 유지된다. 품목관세는 이번 판결의 대상인 IEEPA(국제비상경제권한법)가 아닌 무역확장법에 근거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미국 연방대법원은 지난 20일 IEEPA를 근거로 부과한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 조치에 대해 법률을 위반했다는 최종 판결을 내렸다. 이에 반발한 트럼프 대통령은 즉각 세계를 대상으로 '글로벌 관세' 10% 부과를 선언하더니 이튿날엔 이를 15%로 인상하겠다고 발표했다.


중소기업 한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더 많은 카드를 동원하며 연방대법원 등을 거세게 압박할 가능성이 오히려 커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중소기업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 긴장하는 건 미국이 중소기업들의 주요 수출국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즉 중소기업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율을 높일 경우 수출에 타격이 불가피하다.


실제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지난해 중소기업들의 전체 수출액은 전년 대비 6.9% 증가한 1186억 달러를 기록했다. 이중 대미 수출액은 182억8000만달러로 15.4%를 차지했다. 이는 최대 수출국인 중국(189억달러)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치다.

특히 자동차 부품업체들의 긴장감이 역력한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글로벌 관세 부과 대상에서 자동차를 제외했지만 차후 정치적 결단으로 언제든 관세율을 높일 수 있다. 무역확장법 232조(국가안보)에 따르면 대통령은 국가안보를 명분으로 관세를 즉각 발동할 수 있다. 현재 한국산 자동차에는 15%의 관세율을 적용하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대미 자동차 부품 수출액은 76억6600만달러로 대미 수출 품목 가운데 화장품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자동차 수출이 줄어들 경우 자동차 부품 역시 수출이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자동차 부품 수출은 대부분 국내 완성차 기업의 해외 생산 공장에 부품을 공급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관세 환급도 과제다. 연방대법원 판결로 중소기업들의 관세 환급 청구 길을 트였지만 미국 CBP(세관국경보호국)의 세부 절차 마련에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DDP(관세지급인도조건) 방식으로 관세를 납부한 기업 등은 환급 신청 대상이 될 수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관세 부과 대상 물품을 미국에 수출한 기업은 2만4000여곳이며 이 중 6000여개 기업이 DDP 조건으로 수출했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관세 환급절차가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중소기업들에게 시시각각 정보를 공유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은 국내 중소기업들의 경영환경에 큰 변수가 될 것이라는 데 입을 모은다.

김태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은 상호관세가 불발된 환경을 되돌리기 위해 다양한 규제를 사용할 것"이라며 "미국의 추가 대응 여부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서기수 서경대학교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은 기업들에게 불안감으로 이어져 투자를 위축시킬 가능성이 크다"며 "국내 기업들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은 확실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