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유업이 한앤컴퍼니 체제 아래 거버넌스 변화를 단행한 데 이어 현지에서 유통·가격·판촉을 직접 운영하는 직접 수출 방식으로 해외 사업 구조를 전환했다. /그래픽=신재민 편집위원
한앤컴퍼니 체제 속 남양유업이 수익성 개선을 넘어 해외 사업 전략을 다시 설계하고 있다. 통상적인 간접 수출에서 벗어나 본사에서 현지 사업을 운영하는 '직접 수출' 체제로 전환해 동남아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유업계 최초로 대통령 경제사절단에 합류해 공신력을 인정받았다. 국가별 규제와 유통망 장벽이 높다는 유업계의 한계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이동춘 한앤코 부사장은 지난달 이재명 대통령의 베트남 국빈 방문 경제사절단에 남양유업 이사회 위원 자격으로 동행했다. 대통령 경제사절단에 유업계 기업이 포함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남양유업이 추진하고 있는 동남아 확장 전략이 대외적인 공신력을 확보했음을 의미한다.

이 부사장의 이번 동행은 한앤코가 단순한 재무적 투자자를 넘어 남양유업의 글로벌 사업에 적극 관여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사모펀드(PEF) 업계 인사가 포트폴리오 기업의 해외 사업 현장 일선에 나서는 것은 이례적인 행보로 꼽힌다.


이를 두고 한앤코 체제 이후 이뤄진 남양유업의 거버넌스 변화가 해외 사업 전략 재설계로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남양유업은 2024년 1월 한앤코 체제로 전환한 이후 신뢰 회복과 경영 정상화에 주력해왔다. 그 결과 지난해 영업이익 52억원을 달성하며 5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남양유업은 유업계의 간접 수출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본사가 직접 유통망과 마케팅을 관리하는 '직접 수출' 체계로 전환했다. 가격과 채널, 물량, 브랜드 노출을 통합적으로 설계하고 소비 데이터까지 직접 확보하는 구조다. 거래에 그쳤던 수출을 운영으로 바꾼 셈이다.

서성현 남양유업 글로벌사업팀장은 "간접 거래 구조에서는 시장 정보와 가격, 유통 흐름이 단절돼 시장을 직접 운영할 수 없다"며 "수출은 가능해도 사업으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구조를 만들지 못하면 수출은 남아도 사업은 남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본사가 사업을 직접 관리·운영하며 시장 대응 노하우를 축적할 수 있다는 점을 직접 수출 방식의 강점으로 꼽는다. 유제품은 국가별 규제와 유통 장벽이 높은 만큼 단순 판매 확대를 넘어 수익성과 브랜드 관리 측면에서도 의미 있는 변화라는 평가가 나온다.
베트남서 직접 수출 성과…유통 대기업과 700억 규모 협력
찐 비엣 흥 푸 타이 홀딩스 비즈니스 디벨롭먼트 디렉터(왼쪽부터), 김승언 남양유업 사장, 팜 딘 도안 푸 타이 홀딩스 회장, 이동춘 한앤컴퍼니 부사장이 지난달 23일 한국-베트남 비즈니스 포럼 현장에서 MOU를 체결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남양유업
이러한 구조 재설계는 베트남에서 구체적인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 남양유업은 지난달 23일 베트남 최대 유통기업 푸 타이 홀딩스(Phu Thai Holdings)와 3년간 700억원 규모의 K분유 기반 K푸드 산업 협력을 위한 전략적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서명식은 대통령 경제사절단 일정의 일환으로 진행된 한국-베트남 비즈니스 포럼 현장에서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과 응우옌 반 탕 재무부 장관 임석 하에 이뤄졌다.
올해 초 조제분유를 통해 물꼬를 튼 직접 수출 협력은 이번 MOU를 계기로 커피와 단백질 음료 등 남양유업의 핵심 제품군 전반으로 확대됐다. 협약 체결 당일에는 유아용 치즈 '드빈치 유기농 아기치즈'가 현지 수입 승인을 받기도 했다. 김승언 남양유업 대표집행임원(사장)은 "올해 초 100% 국산 원유 기반 조제분유로 시작한 협력이 베트남 현지에서 기반을 확보하며 이번 MOU를 통해 K분유에서 K푸드 전반으로 확장되는 단계에 들어섰다"고 말했다.

푸 타이 홀딩스는 베트남 전역의 63개 성·시에서 16만개 소매 판매처와 1000여개 슈퍼마켓 등의 유통망을 보유한 기업이다. 몇 년 전 '가짜 분유' 파동으로 조제분유에 대한 소비자 신뢰 기준과 규제가 한층 강화된 만큼 현지 대형 유통망 확보는 남양유업의 시장 안착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평가된다.
직접 수출 구조 복제…분유로 쌓은 신뢰, 커피·단백질 음료로 확장
남양유업은 베트남에서의 직접 수출 모델을 인접 시장으로 넓히겠다는 계획이다. 사진은 몽골 대형마트 NOMIN에 입점된 단백질 음료 ‘테이크핏'. /사진=남양유업
남양유업의 시선은 베트남 너머를 향하고 있다. 베트남에서 구축한 직접 운영 모델을 동남아 등 인접 시장으로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분유로 확보한 신뢰를 바탕으로 수출 제품군도 동결건조(FD) 커피와 단백질 음료 '테이크핏' 등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캄보디아에서는 프리미엄 제품 '임페리얼XO'와 현지 맞춤형 ODM 브랜드 '스타그로우'를 병행하는 이원화 전략으로 시장점유율 약 20%를 확보했다. 현지에서 유통되는 한국산 분유 중 90%가 남양유업 제품이다. 몽골에서는 리테일 중심 프리미엄 전략을 구사하고 있으며 홍콩과 카자흐스탄은 편의점 채널을 중심으로 공략하며 유통망을 넓히고 있다.

서 팀장은 "시장마다 방식은 달라도 원칙은 같다"며 "현지 소비자들이 실제로 움직이는 메인스트림 채널에 직접 들어가기 위해서는 구조가 먼저 작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남양유업은 이 구조를 확장하기 위한 중장기 로드맵을 이미 갖추고 있으며 현재 실행 단계에 들어가 있다"고 덧붙였다.